아파트는 기본적으로 사유재산이다. 그렇다고
개인재산일까? 현관문 열고 들어가는 전유부분은 개인재산임에 틀림없지만 현관 밖의 시설물은 옆집과 함께 소유한 공유재산이다. 내 것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며 우리 것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 것이다. 아파트는 이처럼 그 기본 개념부터 모호하다. 그러다보니 그 속에서 발생하는 분쟁과
갈등의 양상도 복잡하고 다양할 뿐 아니라 그런 문제들을 풀어가는 방식 또한 애매하고 혼란스럽게 되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아파트 관리부문에
사적 자치 개념을 도입하여 주민들이 자치적으로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사유재산이라는 얘기이다. 그러면서도 단독주택에 없는 관계법규를 많이
만들어 법적인 관리와 규제를 받도록 하고 있다. 이는 아파트를 사회적 공공재로 보는 시각이다. 대표적인 예가 주택법과 그 시행령 및 규칙으로서
이들 법령에는 아파트관리에 관한 의무규정과 그에 따른 벌칙규정이 명백하게 규정되어 있다. 이와 같이 법적 통제를 받는다고 해서 주민간의
분쟁 발생 등 아파트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행정기관이 개입하여 적극적으로 처리하거나 엄격하게 법을 적용하는 것도
아니다. 아파트에 분쟁이 생겨 주무 부서인 건교부나 해당 지자체에 질의하거나 유권해석을 의뢰해본 사람들은 많이 느꼈겠지만 그 회신내용의
십중팔구는 주민들이 ‘그 까이꺼 대충 알아서’ 처리하라는 식이다. 법에 규정되어 있으면서도 실제적으로는 주민들이 알아서 대충 처리하라는 이
모순된 상황이 혼란을 가중시키고 아파트주거문제의 해결을 어렵게 하는 또 하나의 요인이 된다. 그래서 이웃과 함께 정을 나누며 살아야 할 아파트가
이웃간 법적 소송과 다툼으로 얼룩지고 상처받는 일이 자주 생기게 된다. 이처럼 아파트에서 발생하는 각종 분쟁과 갈등의 해결이 어려운 이유는
현행 관계법령이 완벽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이 선언적, 포괄적인 몇 개 법조문만 제정해놓고 아무런 강제성 없는 형식적인 관리규약으로
아파트에서 일어나는 온갖 삶의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한 아파트문제는 좀처럼 그 실마리를 풀기 어려울 것이다. 한국아파트신문사 재직 시
하루에도 수십 통씩 걸려오는 각종 제보와 고발 또는 상담 전화를 보면서 아파트에 단 하루도 편안한 날이 별로 없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인간이 무리지어 모여 사는 공동의 공간만큼 다양한 갈등과 분쟁이 발생하겠지만 아파트에서 그러한 분쟁이 발생했을 때 그 처리규정을
법으로 명확하게 규정한다면 그 해결방안도 좀더 명확하게 찾아질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앞서 언급한 아파트관리에 관한 개별법 제정을 통해
구체적인 사안까지 규정하면 어느 정도 보완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적인 주거생활과 관련하여 사실상 더욱 중요한 것은 아파트의 기본 성격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바탕으로 한 주민들의 의식변화이다. 아파트의 생김새를 잘 살펴보면 도저히 혼자 살 수 없게 되어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내 집
방바닥이 아랫집의 천정이며 옆집의 수돗물 배관으로 내 집의 물을 공급받는다. 이웃집과 똑같은 연료로 밥을 하고 난방도 한다. 엘리베이터를 어디
나 혼자만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있는가? 이와 같이 아파트는 본질적으로 ‘함께 살아야’ 되는 구조로서 내 것이지만 동시에 이웃 것이기도 한
독특한 사회구조적 성격을 갖고 있다. 이러한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채 개인 혹은 가족 이기주의로 인한 공동체 삶에 대한 무관심은 이웃과
자신의 삶 뿐 아니라 결국 주거공간으로서의 아파트를 황폐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내 것과 우리 것을 포괄하는 아파트공동체 의식의 회복이 다시 한번
강조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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