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인들은 울산 동구를 세계 최고의 조선업체가 있는 공업도시로 알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동구가 지닌 또 다른 매력도 많다. 울산 북구와 접경을 이루는 곳을 제외하고 동구는 마치 한반도의 형상처럼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 그만큼 바다와 관련한 낭만이 있고, 내륙에는 산림휴양시설이 즐비하다.
울산고속도로 톨게이트를 지나 울산 도심을 거쳐 동구에 다다르면 처음 나타나는 곳이 염포동이다. 이곳은 동구를 순환하는 좌·우측 도로와 연결되는 삼거리다. 차를 몰아 왼쪽으로 돌아서면 처음 나타나는 주거단지가 남목지구다. 이를 지나 동북쪽으로 10여 분 더 나아가면 출렁이는 동해바다가 시야에 들어온다. 울산이 자랑하는 12경 중 하나인 ‘주전 해안’이다. 새알처럼 포근하면서도 반질반질한 몽돌들이 해안 1.5㎞에 즐비하다. 신발을 벗고 걸어보면 그 독특한 매력에 푹 빠진다. 몽돌을 쓸어 올리고, 또 쓸어내리는 파도는 규칙성이 있어 방문객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풍부한 음이온은 아토피 피부도 낫게 해주는 듯하다. | |

울산 동구 지도 보기

바다와 내륙 산림휴양의 매력 간직한 고장

출산경험이 있는 산모들은 안다. 주전의 자연산 돌미역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말이다. 주전돌미역은 귀한 음식이다. 깊은 바닷속에 매일 반복되는 밀물과 썰물을 견디며 자란다. 해녀들이 직접 물질을 해 수확하는 미역이어서 파도가 거세면 수확량이 줄어들고, 그만큼 값도 오른다. 매년 3~4월이면 주전 바닷가에서는 돌미역 말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햇볕이 잘 들고 공기도 맑아 말린 미역 역시 ‘명품’으로 자리 잡았다.
만약 봄철에 주전을 방문한다면 해안에 다다르기 전 흐드러지게 핀 벚꽃터널도 만날 수 있다. 이곳은 바닷바람에 흩날리는 ‘벚꽃비’ 때문에 연인들의 드라이브 코스로도 각광받는다. 주전을 오가는 길목인 마골산 기슭에서 만나는 테마식물수목원은 또 다른 볼거리다. 허브길, 장미원, 조각공원, 한반도 테마정원, 장미원 등 20개 테마별 꽃과 나무 1,500여 종이 들어서 있다. 파충류와 각종 조류전시관도 마련돼 뱀·새 등을 직접 만져볼 수도 있어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의 자연체험공간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 |
 |
 |
- 1 마골산에 자리잡은 동축사 경내 전경.
- 2 대왕암공원 끝자락에 설치된 울기등대. 4D 입체영화관이 각광받고 있다.
- 3 하늘에서 내려다 본 주전 해안.
- 4 일산해수욕장 한 켠에 마련된 수산물직매장. 자연산 활어를 값싸게 구입할 수 있는 곳이다.
- 5 해송 숲 사이로 조성된 산책로. 연인들의 데이트장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
세계 조선업을 선도하는 현대중공업

남목을 지나 시가지 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가다 보면 왼편으로 거대한 타워크레인이 나타난다. 현대중공업의 ‘골리앗 크레인’이다. 과거에는 노사 갈등의 상징물이었지만, 지금은 노사 상생의 상징물로 변신했다. 최근 15년간 노사 교섭은 무분규 타결됐다. 1983년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을 제치고 세계 1위 자리에 올라선 이후 노사관계까지 원만해지면서 현대중공업의 위상은 더욱 커졌다. 돌이켜보면 현대중공업은 1972년 준공 이후 숨 돌릴 틈 없는 고속성장을 계속해 왔다. 고(故) 정주영 회장이 울산 동구 미포만의 모래밭 사진 한 장과 5만분의 1 지도 한 장, 그리고 영국 ‘스코트 리스고우’ 조선소에서 빌린 26만 톤급 유조선 도면 한 장을 들고 세계를 돌아다니며 첫 유조선 2척을 수주한 이후 불과 10여 년만에 세계 1위의 조선업체가 된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이후에도 특수선 제작참여(1979년), LNG선(액화천연가스 운반선) 건조(1994년), 세계 최초 1만 TEU급 컨테이너 수주(2005년) 등으로 1993년 우리나라 조선업이 사상 최초로 일본을 앞지르고 세계 1위를 기록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현대중공업은 또 1997년 선박건조 5,000만 톤을 돌파, 1974년 첫 선박건조 이후 불과 22년 4개월 만에 세계 조선업 사상 최단기간에 최대의 건조실적이라는 대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2006년에는 세계 최초 선박건조량 1억 톤을 돌파했는데, 이는 100여 년 이상의 오랜 조선업 역사를 보유한 영국·일본 등과 비교할 때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기도 했다. | |
울산 대왕암 vs 경주 대왕암

현대중공업을 지나 남쪽으로 10여 분을 더 가면 동구 일산동과 방어동 일대 바닷가 쪽에 ‘대왕암’이 나타난다. 경주 대왕암과 울산 동구 대왕암은 같은 이름을 지녔지만, 그 뜻과 가치는 다르다. 경주 대왕암은 문화재이지만, 울산 동구의 대왕암은 명승의 성격이 짙다. 또 경주 대왕암이 문무왕릉 수중릉인데 비해, 울산 동구의 대왕암은 우아한 자태와 범상치 않은 기품 때문에 문무대왕 왕비의 수중릉이란 설이 구전됐다. 푸른 바닷물 위로 솟은 진황색 바위, 그리고 그 틈새로 자란 해송들이 깊은 인상을 준다. 대왕암 바로 앞에는 1906년 동해안에서는 처음 세워진 높이 6m의 울기등대가 있다. ‘울기(蔚埼)’란 ‘울산의 끝’을 뜻하는 말이다. 근대유산으로 지정된 울기등대에는 4D 입체영화관과 선박조종체험관이 들어서 가족단위의 영상체험 및 해양학습장이 되고 있다. 대왕암에 이르기 전에는 1만 500여 그루가 넘는 해송이 빽빽히 들어선 숲이 나타난다. 소나무숲을 비롯해 면적 94만 2,000여㎡에 걸친 대왕암 주변은 그 독특한 아름다움 때문에 대왕암공원으로 지정돼 있다. 일제가 1906년 이곳을 울기공원으로 지정했다가 일제잔재 청산 차원에서 2004년 대왕암공원으로 바뀌었다. | |

대왕암공원 끝자락 바다 위에 우뚝 솟은 대왕암. 바위 섬 위에 솟구치는 동해 일출이 장관이다.
거문고 소리 은은한 슬도, 전국 최고의 화암추 등대

대왕암공원에서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파도 위에 빼꼼히 고개를 내민 작은 섬이 있다. ‘슬도(瑟島)’이다. 슬도는 섬 전체에 뚫린 구멍으로 바닷물이 드나들 때마다 거문고를 타는 소리가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슬도와 방어진 성끝마을을 잇는 방파제는 세월을 낚는 ‘강태공들의 천국’이다. 슬도는 성끝마을 주민들이 1999년 섬 가꾸기를 벌이기도 했지만, 국유재산 임대와 사용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업이 중단된 아픈 기억이 있는 곳이다. 슬도에서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방어진항에 우뚝선 화암추 등대가 보인다. 높이 44m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등대다. 등대 꼭대기에 설치된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동구 시가지와 울산항의 전경이 압권이다. 전망대의 벽면은 전체가 유리여서 육지와 바다를 360도 조망할 수 있다. 조선·자동차·석유화학 등 울산 3대 주력업종을 중심으로 한 ‘디오라마’가 설치돼 있어 학생들의 산업학습공간으로도 호평받는다. | |
천년고찰과 21세기 레저스포츠가 어우러진 고장

울산 동구의 입구 마골산에는 동축사(東竺寺)란 유서 깊은 절이 있다. 불교 조계종 제15교구 본사 통도사의 말사이다. 삼국유사에는 동축사 창건설화가 전해진다. 서기 573년 3월 울산에 서역에서 온 큰 배가 닿았다. 이 배에는 인도 아소카왕이 보낸 편지와 함께 황금과 황철이 가득 실려 있었다. 편지에는 “아소카왕이 석가삼존불을 주조하려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해 황금과 황철을 보내니 인연있는 국토로 가서 ‘장륙존상’이 되길 기원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동축사는 ‘축(竺)’의 동쪽, 즉 인도의 동쪽에 있는 절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동축사 주변은 동해의 일출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마골산 맞은편 동구를 감싼 염포산에는 총길이 20㎞로 전국 최대규모의 산악자전거(MTB) 경기장이 있다. 이 경기장은 국내 및 국제대회 전용코스(9㎞)와 산악레포츠(11㎞)로 이뤄져 있다. 산림의 자연을 그대로 살려 일반시민들의 등산로와 트래킹 코스로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자전거를 타다 태화강과 동해가 만나는 지점에 설치된 전망대에 올라보면 울산시가지가 훤히 보이고, 날씨가 맑으면 멀리 ‘영남알프스’의 산자락도 시야에 들어온다. | |



가는길 서울·부산 방면에서 경부고속도로·울산고속도로를 통해 울산시로 진입한 뒤 태화교~강변도로~아산로를 거쳐 울산 동구로 진입하면 된다. 울산톨게이트에서 동구까지 승용차로 40여분 걸린다. 서울·부산 방면에서 기차를 이용할 경우 울산역에 내려 명촌교를 건넌 뒤 우회전해 아산로를 이용하면 된다. 동구 관문 삼거리에서 주전·테마식물원·동축사 방면은 왼쪽 남목지구 방향으로, 대왕암·슬도 방면은 오른쪽 방어진 방향으로 각각 가면 된다.
울산 동구 조선해양축제 울산 동구청과 현대중공업이 공동 개최하는 축제다. 2008년까지 열린 해변축제가 2009년부터 조선해양축제로 전환됐다. 조선산업과 바다를 소재로 한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기발한 배 공모전’이 대표적이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동원한 배 제작부분을 비롯, 디자인부문, 재활용품을 활용한 기발한 배 콘테스트가 열린다. 세계의 갖가지 모형 배 전시 및 체험도 있고, 맨손으로 방어잡기·요트투어·머드씨름대회 등이 마련된다. 2010년 조선해양축제는 조선해양의 날(6월28일)에 맞춰 6월26일부터 사흘간 개최되었다. | |

- 울산 대왕암공원 '명승 지정' 눈앞 | 뉴시스 2010-06-21
- 울산 대왕암공원이 사실상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으로 지정됐다. 문화재청은 이르면 이달 안으로 울산시 동구 대왕암공원을 국가지정문화재인 명승으로 지정할 것이라고 22일 밝혔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올 3월 울산 대왕암공원을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지정 예고...
- [울산포구기행]동해 남부 미항 '방어진항' | 뉴시스 2010-06-20
- 울산 동구 방어동(方魚洞) 방어진항 앞 바다는 수심, 조류, 수온 등 수산물 서식에 적당한 천혜의 수역이다. 고래, 방어, 고등어, 청어, 정어리 등 어류는 물론 미역, 김과 같은 해초류도 풍부해 일제 때는 일인들이 그냥 보고 지나치지 않았다고 한다. 이때부터...
- 울산동구 일산해수욕장은 '변신 중' | 뉴시스 2010-06-13
- 개장을 앞두고 있는 울산 동구 일산해수욕장이 화려한 변신을 시도하며 피서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본격적인 여름 피서철를 앞두고 해수욕장 내 각종 편의시설 확대 및 개·보수 등 쾌적한 휴식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울산시는 2006년 5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 글 백승목 / 경향신문 기자
- 경향신문 전국부 기자다. 경북 경주 출신으로 울산시와 경북 경주시·포항시를 맡고 있다. 최근에는 울산 동구 주전해안이나 대왕암공원의 해송 사이를 거닐며 사색하기를 좋아한다.
자료협조 울산시 동구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