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희씨가 이사를 결심하고 처음 이집에 들어섰을 때, 집안데 모든 벽이 누군가의 손에 의해 그려진 벽화로 가득했다.
전에 살던 건축가는 유독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고 언뜻 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림을 가만히 보니 이탈리아의 어느 한적한 동네를 그대로 그려 넣은 것 같았다. 유럽 여행을 퍽이나 좋아했었나 보다.
텅텅 빈 집이었지만 집주인의 흔적은 곳곳이 남아있었다. 아니, 집 자체가 그의 흔적이었다.
지금은 먼 여행을 떠나 이집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야 했지만, 정성을 한껏 들인 집이라는 생각이 들자 떠나면서도 많이 아쉬워했을 것 같았다.
집의 외관을 둘러싼 목조주택 자재들은 모두 그 건축가에 의해 캐나다에서 직접 온 것들이다. 내부도 튼튼한 원목으로 잘 마감되어 감탄스럽기까지 했다. 주방 싱크대 대리석 상판은 캐나다와 일본에서 직접 사들여 온것들이다.
그래서일까. 들어서는 순간, 집의 구조뿐만 아니라 무언가 이국적인 향기가 깊은 곳에서부터 뿌려진 느낌이다.
아래층과 1층 벽에 남겨져 있던 그림들은 다시 칠은 하고 벽마감을 새로이 했지만, 2층 거실에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기는 화폭은 그대로 두기로 했다.
최경희씨도 가족들과 가 본적이있는 이탈리아의 거리를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자신의 가족을 위해 남겨진 그림 같은 생각이 들었다.
얼굴을 한 번도 본적이 없지만, 잘 지어진 집을 선물하고 갔다는 생각에 고마운 마음이 든다.
가족들을 위해 마련한 이유있는 공간들
아래층은 남편의 취미생활을 위해 DVD룸으로 꾸몄는데, 은은한 컨템퍼러리 무드를 담아 원목가구들을 깔끔하게 배치해 놓았다.
건설업을 하는 남편은 지인들이 많은 편이어서 편안하게 앉아 위스키를 마실수 있는 게스트 접대 공간과 함께 거실 창밖에는 간단한 조경을 꾸며놓았다. 남편의 손님들이 집에 방문할 때는 으레 이 공간을 이용한다. 부부침실과 주방, 욕실이 있는 1층에서는 가족들이 아일랜드 식탁 주변에서 함께 요리를 즐기고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은 엄마에게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