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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난 관리비 비리 성남 은행 주공아파트는 모두 1900세대가 거주하는 대규모의 아파트단지이다. 입주자대표회의의 전체 구성원은 32명이고, 자치관리를 원칙으로 운영되어 왔다. 그런데 97년 말에서 98년 초에 들어 아파트의 관리비가 놀랍게도 65%(27평을 기준, 14만원에서 23만원으로)이상 인상되었던 것이다. 97년엔 유난히도 공사도 많고 수선도 많았기 때문에 주민들의 의혹은 증폭되어 있었다. 누구라도 의심은 했겠지만 모든 아파트 비리가 그렇듯 심증만 있고 물증은 없는 터였다. 이런 배경 속에서 은행아파트의 주민들에게 의심이 사실로서 입증된 것은 동대표 중에 한 명이 보일러 교체공사에서의 관리소장과 입주자 대표회장의 유착 비리를 폭로하면서부터였다. 한 동대표의 희생을 무릅쓴 폭로로 인해 주민들은 비로소 공사입찰 때, 입주자 대표회장과 관리소장이 공사업체 선정과정에서 입찰 당시 최저단가를 내놓은 업체보다 무려 20%이상 비싼 가격을 부른 업체를 선정했고 그런데도 불구하고 높은 가격수준에 못 미치는 기술과 재료를 사용한 공사가 진행됐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일부 동대표들에 대한 부정과 불성실에 대한 의혹도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 비상대책위원회의 구성과 동대표 불신임 서명 주민들은 이에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은행주공아파트 주민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만들어 본격적인 활동을 하기 시작한다. 비대위는 주민들에게 우리 아파트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호소를 했고 비리에 관한 사실을 밝히고자 4월 6일 입주자대표회의의 비상소집을 통해 입주자대표회장에 대해 설명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회장이 문제점을 일부 시인하기에 이른다. 또한 기존의 32명의 동대표들에 대해 67.8%에 이르는 동대표 불신임 서명을 받아낼 수 있었다. 그만큼 많은 주민들의 관심을 끌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비대위는 우선 비리와 연루된 32명의 입주자대표회의를 주민들의 불신임 서명 과정을 통해 물러나게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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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도 많았고 상처도 많았다. 고리를 맺고 이어지는 불신과 혼란, 어려움에 맞서는 방법은 단 하나, 계속 내용을 공개하고, 설득하는 모범적인 사례를 스스로 만들어가며 체험하는 수밖에 없다. 이것은 오랜 시간동안의 경험이 차곡차곡 쌓여 이루어지는 주민들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할 때 가능하다. 은행아파트의 경우 비대위 활동 시기부터 각 동의 주민들을 위한 설명회를 수 차례 가져왔는데 각 동의 주민총회가 그것이다. 이것은 주민들의 참여를 유도해 나가기 위한 방안의 하나였고 동대표 선거의 진행상황과 문제점들을 이야기하고 같이 풀어나가는 자리가 되었다. 토론과 회의를 통해 문제를 풀어가려는 노력은 주민들의 부족한 민주적인 의식의 자각과 함께 한계 속에서도 지속되고 있다. 98년 5월 1일과 4일, 민주적인 선거절차를 거쳐 25명의 동대표를 선출해 그동안 비대위에서 가지고 있던 아파트의 운영권을 새로 선출된 입주자 대표회의에 넘겨준 것이 5월 17일이었던 것이다. 은행 주민들은 비리사실이 밝혀진 4월 이후 매우 빠른 속도로 비리에 대해 대응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처리 일정에도 불구하고 그 방식과 운영이 민주적이고 공개적이어야 함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을 과정 속에서 충분히 알 수 있다.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았던 관리규약 개정과 감사의 전문화 초기에 비대위는 보궐선거를 치루고 당선된 동대표들에게 인수인계를 하며 실질적인 감사를 받을 것과 아파트 관리규약을 개정하면서 주민들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할 것을 요구했었다. 은행 주공아파트의 실정에 맞춰 관리규약을 개정하고 나아가 그동안 의혹을 품었던 문제들에 대해서도 전문적인 자문위원을 공개 모집해 아파트 내에 문제가 발생하면 자문위원에게 문의함으로써 좀 더 체계적으로 살기 좋은 아파트를 만들 것을 제안했던 것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감사에 대한 제안은 보궐선거로 동대표 회의가 새로 꾸려지면서 흐지부지되었다. 또한 관리규약의 개정도 모호한 점이 없지 않다. 특히 이후에 가장 미묘한 파장을 가져올 수 있는 '불신임' 관계 조항의 개정은 초기 비대위의 활동내용과 목표에 어긋나고 있다. 비리연루자를 곧바로 쫓아낼 수 있었던 근거를 오히려 없앰으로써 내용상 뒷걸음치고 있다. 한편으로 개악된 소지가 있는 관리규약을 보면 은행아파트 주민의 비리에 대한 신속한 대응과 투명한 아파트 운영에의 바램이 한풀 꺾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평가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 개정내용은 다음과 같다. 개정 전에는 해당 동 주민의 과반수의 서명이나 대표회의 구성원의 2/3의 서명을 토대로 한 불신임 사유서가 있으면 곧바로 동대표 회장의 불신임이 가능했으나 개정 후에는 해당 동 주민의 과반수이상이 서명 날인한 불신임 사유서가 입주자 대표회의에 접수되어 대표회의 구성원 2/3이상의 찬성을 얻어야만 불신임이 가능하다. 이것은 불신임을 할 경우 주민들의 의사가 직접적으로 회장의 불신임으로 연결되지 않고 대표자들의 2차 승인을 얻어야만 가능한 것으로 만들어 현실적으로 불신임이 어려운 구조를 갖고 있다는 말이다. 언제든지 동대표 회장에 대한 직접적인 감시가 주민들의 신임, 불신임 여부에 의해 이루어져야 하는 구조에 비하면 동대표 회의의 재심사를 받게 함으로써 한 발 후퇴한 조항이라고 할 수 있다. 아파트 운영에 대한 관심과 참여의 '시작' 불신임과 그에 따른 업무인계도 보통 일이 아니지만 이 과정에서 멈추어선 안된다. 보통 비리가 있는 동대표들을 주민들의 불신임으로 해고할 수 있었다는 사실만을 중요시하게 되는데,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사실이 한 가지 더 있다. 이러한 비리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중요한 이유가 우리의 생활 속에서 무관심이 일반화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이란 것이다. 때문에 불신임서명을 받고 공통의 관심사로 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문제의 심각성을 토론하는 기회는 쉽게 오지 않는 기회이다. 물질적 이해관계로 모인 사람들의 관심을 자신들의 일상생활에의 관심으로 이어나갈 수 있는 모임이나 관계를 만들 수 있는 계기로 삼고 이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더 큰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즉 비리가 있었던 것은 불행이지만 역으로 비리문제의 해결을 통해서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비로소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과정이 있었던 것은 소중히 여겨야 한다. 동대표가 일방적으로 아무 것도 모르는 주민들을 상대로 도장을 찍고 받으며 아파트 운영을 하는 것과, 아파트를 살기 좋은 곳으로 가꿔 가야 할 장본인인 주민들을 상대로 아파트 문제에 대한 설명회와 토론회를 통해서 내용을 알려내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지지의 도장을 찍고 받으며 운영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 이렇게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일어나는 문제에 대해 설명과 해답을 주고받음으로써 단지 '동대표를 불신임하기 위한 일회적인 관심'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파트관리와 운영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은행 주공아파트의 경우는 동대표들의 부정을 토대로 아파트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지만 그런 사건은 단지 계기가 됐을 뿐이며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주민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1900세대가 하나의 마을로 뭉쳐지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 해 초여름에 들어서 진행되었던 일은 은행아파트 주민들의 그 같은 노력을 반영하고 있다. 부녀회의 신선한 활동 98년 6월에 비대위에 참여했던 부녀자들이 중심이 되어 총회와 민주적 선거과정을 통해 새로이 부녀회를 만들었다. 부녀회는 12월에 <자치 부녀회>라는 회보를 만들면서 회계보고를 실시했다. 4월에 발간된 2호에서는 마을 도서관 개관을 위한 목적 적립금의 회계보고도 함께 공개해 운영의 투명성을 배가했다. 늘 관리비와 기타 비용을 내면서도 도대체 그 비용이 어디에 쓰이는가 알 수 없었던 주민들은 회계보고를 통한 사용내역의 공개 난을 매우 신선한 시도라며 반가와 했다. 어쩌면 당연한 부녀회의 역할인데도 여태까지의 부녀회가 보인 모습은 전혀 다른 것이었기에 새로운 기대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런 좋은 반응을 가져오는 회보의 정기적인 발간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쉽지는 않은 일이다. 마을 도서관을 열기 위해 도서기증 등의 방법과 알뜰시장 등의 수익사업을 통한 이익금으로 이미 동화 등 1,000여권의 책을 구입하였고 드디어 5월 1일 노인정의 방 한 켠을 빌려 개관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밖에 벼룩시장, 폐식용유 모아 무공해 비누 만들기, 동대표가 직접 강사로 나서게 된 문화강좌에 대한 광고를 회보에서 볼 수 있다. 5월부터 개강하는 문화강좌는 서예와 손뜨개반의 2강좌로 단촐하게 시작되지만 앞으로 주민들의 호응도에 따라 다양한 강좌를 열려고 한다. 부녀회는 마을도서관과 문화강좌를 통해 주민들과 새로운 만남을 가지면서 아파트단지 내의 여러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옥상 방수 공사 추진위원회 한여름(8월)에 주민들은 동대표 일부와 부녀회, 주민대표로 "옥상 방수 공사 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이 역시 수 차례 토론회와 설명회, 공사견학 등을 주민들과 함께 했다. 공사입찰은 누군가가 해도 의심을 살 수 있는 사업이다. 공사입찰이나 업체 선정에 있어서의 각 종 의혹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 최대한 공개적으로 진행하려 노력한다. 99년 4월에 들어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런 사안으로 공청회까지 필요하냐는 일부 동대표와 주민들의 반대로 인해 개최되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했다. 그러나 비오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35-40여명의 주민들이 참석해 많은 관심을 보였던 것은 공사에 대한 관심이 반영된 것이며 공청회가 꼭 필요한 과정임을 역설해 주는 것이었다. 재신임을 받기 위한 동대표선거 이렇게 은행아파트 주민들의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를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운영하려는 노력은 99년에도 끊이지 않고 계속되었다. 동대표들은 임기 2년의 동대표회의 구성원들의 총사퇴와 재선거 실시를 통해 신임 여부를 확인하고 여전히 존재하는 내부 갈등 및 불신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데 동의했다. 1월과 2월에 걸쳐 재선거를 실시하고 3월에는 새로운 대표회의를 구성했다. 이 과정에는 여태까지의 성과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는 소지가 충분히 있었다. 비리사실을 잊어버린 걸까? 어처구니없게도 과거 불신임된 동대표 회장이 재출마를 시도하려고 한 것이다. 이것도 역시 비리사실에 대한 형식적인 감사가 가져온 결과인 것이다. 그러나 통장대표 2인, 부녀회 2인, 노인회 2인, 주민대표 2인으로 구성된 선거관리위원회는 이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선관위에서 토의를 하여 전 동대표 회장에게 선거관리규정 10조 입후보자격을 거론한 '불미스러운 행위자는 입후보 자격이 없슴' 규정을 근거로 피선거권을 박탈한 것이다. 투명한 관리의 디딤돌: 세금계산서는 받고, 사례비는 안 받고!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또다시 선출된 새로운 회장단과 동대표들은 투명한 관리비 운영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동대표들이 자발적으로 업체로부터 간이영수증을 받지 않기로 하였다. 그 대신 정식 세금계산서를 받고 대표회장은 일체의 판공비, 사례비를 받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업체가 세금계산서를 받아가게 함으로써 탈세도 방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업체의 탈세를 눈감아주는 대신 동대표가 사례금을 받는 비리는 아파트 비리문제 중 가장 흔한 비리의 유형이다. 이것은 사회 전반적으로 일반화된 비리 유형이기도 하다. 또 이것은 아파트 관리에서 주민들 개개인이 할 수 있는 아주 기본적인 감사방법이기도 하다. 주민들 스스로 관리비 내역을 보는 방법도 알아야 하겠지만 동대표에게 넌지시 "간이영수증을 받나요? 세금계산서를 받나요?"는 질문부터 하더라도 일종의 감사행위를 하는 셈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간단한 방법으로 비리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비리가 전국적인 규모로 장기간 누적된 것은 사회구조 탓도 있지만 아파트의 거주민이 스스로 자신의 문제에 둔감했던 탓이 크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렇게 기본적인 것만 지켜도 비리 문제는 해소될 수 있는데도 말이다. 전문인으로 감사단을 구성해 감사를 실시하려던 비대위의 제안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지만 은행아파트 주민들은 앞으로 아파트 거주민들 중 전문가들의 자문을 적극적으로 받아 공사업체 선정 등 감시를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 그런 의미에서 주민들에게 모든 것을 공개하기 위해 아직 업체선정이 되어 있지 않은 옥상방수공사에 관해 12일 8시에 주민공청회를 열었던 것이다. 끊임없는 관심과 참여를 통해 풀어내는 투명한 아파트 만들기 앞으로 은행 주공아파트가 어떻게 운영될 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새로 선출된 동대표들 역시 과거의 동대표들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주민들은 언제든지 이사갈 수도 이사올 수도 있으며 구성원의 교체로 인해 민주적인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지리라는 기대는 할 수 없다. 비리의 사실은 잊혀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비리연루자를 쫓아내고 새로운 동대표들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유도해냈던 주민들의 관심을 그대로 유지시켜 나갈 수만 있다면 문제는 달라질 것이다. 동대표들의 자발적인 청렴결백과 희생을 기대하기보다는 주민들 스스로가 나서 끊임없는 관심과 감시활동을 지속해나가는 것만이 아파트를 살기 좋은 마을로 만들어 가는데 더 큰 몫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참여민주주의의 장'으로서의 아파트 '마을'이 되기 위해 은행 주공아파트가 정상화되는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주민들 가운데 직장인들이 많다 보니 실무력을 가진 인력이 부족하고 과거 동대표들이 형성해 놓은 파벌을 없애는 데도 난점이 있다. 비대위가 아파트 운영의 실권을 쥐려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도 풀어야 했고 새로운 동대표도 잘하던 못하던 간에 끊임없이 이유 없는 비난을 받는다. 무엇보다도 주민들의 관심을 끌어내는 데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고생 끝에 겨우 은행 주공 아파트는 아파트를 참여민주주의의 장으로 만들어 나가는데 그 첫발을 내딛을 수 있었다. 처음이라 그 한 걸음 한 걸음이 힘들지만 여태까지의 기반을 토대로 이제 본격적인 살기 좋은 아파트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은행 아파트가 뚫고 나온 일련의 과정들은 은행아파트 한 단지만의 조그만 문제가 아니다. 우리 나라
주거형태의 50% 이상을 차지한다는 아파트 대부분이 앞으로 겪어나가야 할 과정인 것이다. 은행아파트가 관리의 모범 사례가 되고 점점 더 많은
"은행아파트"가 생겨난다면 도심 속의 마을로서의 아파트에서 생활 속의 민주화를 영위하는 날이 오리라는 믿음이 실현되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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