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자료

아파트 케이블 방송에 승소

한기종 2007. 9. 11. 20:51
양산 쌍용아파트, CJ케이블에 승소

 
  경남 양산시 남부동 쌍용아파트 옥상에서 26일 이규달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위성방송 수신용 안테나를 살펴보고 있다. 이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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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주권` 되찾았다
"우리 아파트 주민들이 계란으로 바위를 깨뜨렸습니다."

경남 양산시 남부동 쌍용아파트 입주자들은 대기업 케이블방송의 고발에 맞선 법정소송에서 승소했다는 사실에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단순히 편안하게 TV를 시청할 수 있게 됐다는 안도감보다는 케이블방송업체의 압력에 맞서 주민의 권리를 지켜냈다는 자부심이 더 크다. 특히 이번 판결은 독과점 체제에서 무기력하게 당하기만 하던 시청자들이 독자적으로 시청권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점에서 비슷한 상황인 다른 아파트 단지로의 파급 효과가 주목된다.

●쌍용아파트의 승소와 아픔="모두가 질 것이라고 얘기했지만 물러설 수 없었습니다."

CJ케이블가야방송의 고발에 맞서 소송 진행을 도맡았던 이규달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지난 1년간의 법정싸움이 결코 녹록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파트 가구 수만큼 제각기 의견을 달리하는 주민들의 힘을 결집해야 하는 어려움은 시작에 불과했다. 벌금만 내면 끝날 소송을 악착같이 정식재판으로 몰고 갔다. 이 회장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고객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며 "소비자의 주권과 주민들의 자치권을 건 소송이라는 점을 들어 주민들을 설득했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주민대표는 불기소처분됐지만 약식기소된 관리소장은 졸지에 전과자가 될 입장이었다.

변호사 선임 등 1000만 원에 달하는 소송비용 마련에 동분서주하던 사이 관리소장이 지난 2월 뇌출혈로 쓰러졌다. 통상 6개월 걸린다는 형사재판이 기약없이 연기되자 이 회장은 지난 3월 생업이던 식당을 접었다. 이후 전국의 케이블방송업체와 아파트단지를 찾아다니며 자료를 수집하고 정보통신부는 물론 정부 각처에 보낸 질의답변서를 모아 법정에 증거자료로 제출했다. 이 와중에도 방송프로그램 공급회사들은 '귀 아파트가 수신하고 있는 프로그램 시청은 불법'이라며 수신 중단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는 등 압력은 더 심해졌다.

이 회장은 "방송사들은 일방적으로 위성수신이 잘못됐다고 주장하지만 이번 판결을 통해 근거가 없음이 확인됐다"며 "CJ케이블가야방송은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공개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쌍용아파트의 방송 수신=현재 836가구의 쌍용아파트 입주자관리비 내역에는 케이블방송(유선방송) 수신료 항목이 없다. 30여 개의 채널이 무료다. KBS MBC SBS 등 공중파 방송이 위성으로 쏘아올리는 방송과 아리랑방송은 물론 일본과 중국 미국 등 각국의 위성방송, 알 자지라 방송까지 실시간으로 시청할 수 있다. 성인채널도 없고, 충동구매를 불러일으키는 홈쇼핑방송도 없다. 이처럼 아파트가 무료로 볼 수 있는 방송수신 시스템을 갖추는 데 1600만 원이 들었다. 아파트 옥상의 대형 안테나 4개와 위성방송 수신장비, 관리실에 있는 수신 전파를 채널별로 분배하는 기기가 전부이다. 케이블방송에 가입했을 경우 매달 500만 원이 넘는 시청료를 납부하는 것을 감안하면 불과 3개월 만에 시설 설치비용을 회수한 셈이 된다.

아파트 주민 정모(40) 씨는 "케이블방송을 끊은 직후에는 다소 불편함을 느꼈지만 만화채널을 떠나지 않는 아이들이나 불필요한 소비를 부추기는 광고채널이 없어지면서 가족 간의 대화가 늘어나는 등 매우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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