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진(46)씨는 독일에서 6년간 유학하고, 국책연구소 연구원을 거쳐 현재 서울 명문 대학의 겸임교수
로 있다. 그는 지난달부터 자신이 사는 서울 오금동 현대백조아파트 동대표 모임(입주자대표회의)의 회
장을 맡고 있다. 서 교수와 함께 동대표를 맡은 다섯 명 중 세 명이 40대다.
서 교수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데도 시간이 부족하지만 내가 사는 아파트를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동대표를 맡았다"고 말했다. 그는 매주 금요일 아침에 아파트의 현안을 다른 대표들과 논의
한다. 그는 "동대표를 할 거면 확실히 봉사하자는 생각에서 동대표 활동비를 반납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
했다.
아파트 동대표의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있다.
종전에 직장에서 물러난 60대와 70대가 주로 맡던 동대표 자리가 30대와 40대 전문직 종사자에게 넘어
가고 있다. 주민 자치 의식이 투철하며 정보통신(IT)에 밝은 이들은 '아파트 문화 혁명'을 주도한다. 이런
현상은 경기도 신도시와 서울의 재개발.재건축 지역의 새 아파트들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다.
◆ 투명하게 공개한다.
경기도 수원시 영통지구 청명마을 주공4단지는 아파트 관리비 내역이나 동대표 모임에서 맺은 각종 계
약 내용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모두 공개한다. 주민들은 아파트 홈페이지에서 입찰 공고, 동대표 모임 회
의록, 부녀회 금전 출납 현황 등도 볼 수 있다. 동대표 모임에서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기로 결정
했기 때문이다. 이 아파트의 동대표 9명 중 5명이 40대다.
이 아파트는 단지 안에서 알뜰 장터를 여는 업체 등을 선정하는 설명회를 열 때마다 전 과정을 TV로 생
중계한다. 또 설명회를 못 본 입주민들을 위해 설명회를 모두 녹화해 둔다.
동대표 모임 백종헌(45) 회장은 건설업체의 간부라 매일 바쁘지만 퇴근 후와 주말에는 아파트 관리 내
역을 점검하는 것을 빼놓지 않는다. 그는 "젊은 사람들이 동대표를 맡은 만큼 운영과 관리를 투명하게
하겠다는 의지"라고 말했다.
이런 동대표들의 노력으로 이 아파트 단지는 관리비를 절약하는 효과를 톡톡히 본다. 모두 946가구인 주
공4단지는 전체 관리비가 연간 16억원 정도다. 이는 영통지구에 있는 비슷한 가구 수.평형대의 단지보다
1억원 정도 적다. 투명한 관리를 하니 중간에 낭비되는 돈을 줄여 관리비를 절약할 수 있었다.
투명한 아파트 관리는 집값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 지역 부동산업체 관계자는 "주공4단지 공동체가 특별
하다는 소문이 나면서 이곳의 시세는 비슷한 평형대의 다른 아파트보다 다소 높다"고 말했다.
경기도청이 2004~2006년에 정보 공개와 회계 관리가 투명한 아파트로 선정한 현대사원(이천시), 강남
(수원시), 신도 4차(의정부시) 등 일곱 곳의 동대표는 대부분 40대였다.
◆ 터치스크린 등 첨단 장비로 전자투표
대구시 달서구의 한 아파트단지 동(棟) 대표 선출에 선거관리위원회가 투·개표를 맡아 관심을 모으고 있
다. 대구 달서구선거관리위원회는 19일 열리는 달서구 이곡동 성서보성화성타운(1천240가구)의 동 대
표를 선출하는 선거에 투표 및 개표업무를 맡기로 했다고 17일 밝혔다. 아파트 동 대표 선출에 선거관리
위원회가 참여하기는 대구에서 이 아파트가 처음이다.
달서구 선관위 측은 "중·고등학교의 학생회장 선거를 관리한 적은 있지만, 아파트 동 대표 선거를 지원하
기는 처음"이라며 "선거관리전문기관이 직접 관리함으로써 아파트 입주민들도 동 대표 선거를 좀 더 진
지하게 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후보자 등록과 선거인명부 작성 절차를 밟은 달서구 선관위는 선거 당일 최첨단 터치스크린식 전자
투·개표시스템(4대)을 운영키로 했다. 개표 결과는 투표마감 즉시 공표될 예정이다.
당초 9개동의 대표 선거 전체를 선관위에 위탁관리키로 결정했던 성서보성화성타운측은 복수후보자가
나선 105동, 202동 두 곳(유권자 300명)만 직접 선거를 치르기로 했다.
동 대표 후보자들은 선관위의 자문을 받아 동 게시판에 선거공약이 적힌 홍보물을 게재하기도 했다. 그
러나 과열경쟁 방지 차원에서 가정방문과 공개 연설행위는 일절 금지키로 했다.
시민단체들은 성서보성화성타운의 동 대표 직접선거와 투·개표 업무의 선관위 위탁에 크게 환영하는 분
위기다. 그동안 아파트 동대표 선출 과정에서 주민들도 모르는 새 일부 입주민의 동의 서명을 받아 동 대
표가 선출되는 바람에 후보자의 얼굴조차 모르는 경우가 허다했고, 아파트 위탁관리업체 및 방역, 경비
용역업체와 관련된 인물이 동 대표로 선출돼 아파트마다 편가르기가 성행했다. 일부에선 폭력 전과자 등
이 아파트의 동 대표를 맡은 경우도 일어났다.
대구아파트사랑시민연대 신기락 사무처장은 "입주자대표회의 회장도 직접 선거로 뽑아야 투명한 아파
트 관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2007.04.14. 성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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