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로 세운 성전… 변화·부흥 새 비전 담았다
교회 건축을 고민하는 이들은 서울 신당동 약수교회(김경수 목사)를 모범 사례로 참고할 만하다. 약수교회는 교회 건축을 통해 눈에 보이는 새 건물뿐 아니라 부흥과 갱신, 새로운 비전이라는 더욱 소중한 무형의 선물을 얻었다.
약수교회는 1966년 남산 자락의 달동네 판잣집 앞마당을 빌려 천막을 치고 가마니를 깔고 예배를 드리면서 시작됐다.
초대 이응선 목사는 개척교회 시절부터 주일학교 전임자를 따로 둘 정도로 판자촌 아이들을 돌보고 가르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꾸준히 성장한 교회는 71년 신당동 372번지 88인 현재의 터에 새 예배당을 신축해 옮겨왔다. 250㎡로 시작해 증축과 개축을 거듭하며 86년 연건평 1188㎡의 건물을 갖추게 됐다.
예배당 준공 이후 교회 주변은 급속도로 변모했다. 얼기설기 판자촌이었던 지역이 강북 최고의 고급 아파트 단지로 바뀌었다. 교회 바로 옆에 주한 외국인을 위한 남산국제학교가 들어서고 지하철도 2개 노선이 교차하면서 거리의 모습이 화려하게 바뀌었다. 상대적으로 교회는 초라해졌다. 30년 넘은 건물은 낡고 불편했다. 기존의 성도들은 불평 없이 신앙생활을 했지만, 변화되는 주변에 비해 교회는 정체된 모습이었다. 지역사회에서 교회의 위상도 날이 갈수록 뒤처지는 듯했다.
2004년 3대 담임목사로 김경수 목사가 부임했다. 교회 안에는 그전부터 '리모델링을 하자' '새로 짓자' '옮기자' 등 다양한 의견이 있었다. 새로운 성전을 건축할지 새 담임목사의 결정에 온 교인이 주목했다.
김 목사는 당시를 돌아보며 "교회가 오랫동안 정체되면서 자칫 꿈을 상실한 교회로 전락할 위기에 있었다"며 "하지만 그때까지 쌓아온 기도와 믿음의 저력이 있었기에 상실과 패배주의, 무관심을 털어내고 새로운 교회를 만들자는 뜻을 모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약수교회는 고심 끝에 결국 현재의 땅 위에 새 성전을 건축하기로 결정했다. 어떤 건물을 세울 것인지도 이 과정에서 윤곽을 만들었다. 교회가 오랫동안 함께 성장해온 지역사회를 떠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기에, 역시 지역사회를 향해 열려 있고 주민들과 함께 호흡하는 건물이 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또 30여년 전에도 그러했듯이 최신의 디자인으로 어린이와 젊은이를 불러모아 자연스럽게 신앙의 유산을 물려주는 교회가 돼야 했다. 물질적 성장 속에 메말라가는 주민들의 감성을 풍부하게 해주면서도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교회가 돼야 했다. 이 모든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약수교회 성도들은 기도와 정성을 모았다.
앞마당을 널찍하게 비워두고 담장은 아예 만들지 않기로 했다. 주민들이 누구나 쉴 수 있도록 벤치를 만들고 가로등도 달기로 했다. 교인들이 사용할 공간이 크게 줄어드는 일이었지만 모두가 그렇게 하기로 동의했다.
또 교회 본당과는 별도로 마당 한쪽에 2층의 독립적인 공간을 만들어 카페를 차리기로 했다. 모든 건물은 유리로 만들어 개방적이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교회를 다니지 않는 사람이라도 쉽게 다가올 수 있도록 했다.
1000석 규모의 예배실은 설계에서 인테리어까지 국내 최고의 음향전문가에게 맡겨 콘서트홀로 사용이 가능하도록 치밀하게 설계했다. 젊은이들을 위한 예배 공간은 극장 분위기로 꾸미고, 지역사회가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대규모 공간도 별도로 마련했다.
설계보다 더 어려운 것은 건축이었다. 기초를 다지는 과정에서 거대한 바윗돌이 나와 굴착 공사에만 1년 이상 걸렸다. 공사를 맡은 회사가 부도가 나기도 했다. 3년의 공사기간 동안 나이 든 성도들이 교육관 4층까지 계단을 오르내리며 예배를 드렸다.
성도들은 한마음이 돼 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했다. 건축헌금이 작정한 것보다 10%나 더 모였고, 주일헌금도 예산을 훨씬 초과했다. 이 기간 새로 등록하는 성도가 오히려 더 늘어났다.
마침내 올 3월, 약수교회 성도들은 감격스러운 새 성전 입당 감사예배를 드렸다. 1000여명이 함께 예배를 드릴 수 있는 넓은 공간, 그 못지않게 널찍한 앞마당, 언제나 사용할 수 있는 개인기도실과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카페, 지역주민을 위한 마을문고까지 새 건물은 새로운 변화와 부흥을 향한 성도들의 꿈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김 목사는 "새 성전은 벌써 지역주민과 성도들에게 새로운 교제의 장이 되고 있다"며 "건물보다 더 중요한 부흥과 갱신, 새로운 비전의 꿈을 갖게 된 것이 더 기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