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 비중 큰 한국 교회문화 반영 카페·온돌·농구장… 대형·복합화
외국 건축가들이 한국에 와서 신기하게 보는 건물 중 하나가 교회라고 한다. 카페, 농구장, 놀이방, 콘서트홀, 심지어 온돌방까지 갖추고 있는 일부 한국의 대형 교회가 그들의 관념 속 교회와는 너무나 다른 형태이기 때문이다.예배당 외에 다양한 활동을 위한 복합시설을 고루 갖춘 이른바 '멀티플렉스형 교회'는 외국에서는 보기 드문 한국만의 건축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새들백(Saddleback) 교회 같은 대형 교회가 있긴 있지만 한국처럼 정교한 복합시설로 발달된 경우는 흔치 않다.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김성홍 교수는 한국 교회 건축만의 특징을 한마디로 '적층(積層) 구조'라고 집약했다. "예배 장소로서의 의미가 큰 유럽 교회들은 본당 중심의 단층 구조인 반면, 전도 공간으로서의 의미가 큰 한국 교회는 서로 다른 기능을 가진 여러 공간이 수직으로 쌓여 있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 ▲ 야외 노천카페까지 갖추고 있는 서울 숭인교회./이충기 제공
물론 현실적인 요인이 멀티플렉스형 교회를 가속화시키기도 했다. 서울시청 신청사 건축가로서 일산 벧엘교회 등을 설계한 유걸씨는 "땅이 좁고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한 신도들을 수용하기 위해 한국 교회 건물은 대형화·복합화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건축의 최신 트렌드가 교회 건물에 고스란히 반영되는 것도 한국 교회의 특징이다. 요즘은 노출콘크리트로 돼 있어 언뜻 보면 교회인지 분간이 안 되는 세련된 교회부터 꼭대기에 나무바닥을 깐 테라스형 노천카페가 있는 교회도 많다.
이제 '한국형 멀티플렉스 교회'는 해외에 수출까지 되고 있다. 지난해 일본 가와사키 시에 들어선 '가와사키 초대 그리스도 교회'는 카페와 콘서트홀을 갖춘 다목적 빌딩. 한국형 교회를 만들어 달라는 목사의 요청에 따라 이충기씨가 지은 건물이었다. 한국의 특수한 상황에서 잉태된 한국식 교회가 교회 건축의 한 모델이 돼 해외로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